오래된 앨범을 넘기다 보면 시선이 오래 머무는 사진이 있다. 개인적으론 전역하고 복학했을 때의 사진이다. 군기가 남아있는 스포츠머리와 청바지에 쫄티 차림의 모습이다. 언제봐도 늘씬하고 건강미가 드러나 누가 보더라도 훈남이라 미소를 머금어 보지만 이젠 영영 돌아갈 수 없음에 슬프다. 피부는 돌아가기 힘들더라도 몸매만은 돌아갈 듯한데 도저히 자신이 없다. 뱃살을 움켜잡아보며 없던 자신감을 더 멀리 떠나보낸다. 얼마나 더 늘어나려나?
언제부턴가 집에 과자류와 라면류가 재고창고 마냥 언제나 비치되어 있다. 코로나 덕분에 어른도 애들도 삼식이 생활이 지겨워질 만큼 지겨워졌다. 삼식이에서 오전 오후 간식까지 챙겨 먹어야 하는 00새끼로 발전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그 바삭함, 얼큰함, 시원함 그리고 간편함과 포만감은 생활 속 마약이다. 의식과 무의식 모두가 인스턴트 음식을 예찬하며 노예 아닌 노예가 되었다. 역사책의 노예는 굶주리고 헐벗은 모습이지만 지금의 노예는 폭식과 과식이 주특기다.
노예 생활을 잠시 벗어날 일이 있어 와이셔츠를 걸치면 단추 사이가 흉측하게 벌어진다. 다행이다. 미리 입어보길 잘했지. 당일에 입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 그리곤 치수가 큰 와이셔츠를 사서 다림질을 하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비단 와이셔츠뿐만 아니다. 봄이 다가오면서 얇아지는 옷만큼 폭식과 과식의 흔적은 여실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간 롱패딩 하나로 잘 가렸는데 이제 뭐로 가리지? 가리기에 급급하다 보니 옷맵시는 남의 일이다. 작아진 옷을 아들 녀석이 벌써 받아 입는다. 헉. 꼭 맞다. 너도 많이 컸구나 해야 하는데. 돼지라는 말이 입 밖으로 터져 나온다.
살을 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죽을 만큼 운동하고, 안 죽을 만큼 먹으라고 하던데 그게 쉽냔 말이다. 세상의 모든 이치는 균형이다. 균형이 깨지는 이유는 한쪽이 무겁거나 가볍기 때문이다. 운동을 해야 한다. 작심삼일로 끝나는 운동이 아니라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이제야 왜 교과서에 규칙적인 생활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지 알겠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것 보다 오~래 지속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그렇게 강조를 했다는 것을. 지속해야 습관이 된다. 습관이 무서운 이유는 어떻게 지속하여 왔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제발 살 좀 빼자. 꾸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