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 아래 벤치로 향하는데 거미줄 한 가닥이 얼굴에 붙어 신경을 긁었다. 이리저래 떼며 거미 녀석을 돋보기눈으로 찾았다. 사람 왕래가 잦은 곳에 거미줄을 치다니 혼꾸멍을 내줄 심산이었다. 풀숲 어딘가에 숨죽이고 있을 녀석을 찾을 리 만무했다. 눈 앞에 가늘고 기다란 거미줄 한 가닥이 바람에 그네를 탄다. 거미줄을 걷어내며 앉으려는 순간 자리에 새똥이 따끈하게 퍼져있다. 거미줄이 아니었다면 본능적으로 털썩 주저앉았을 것이다. 거미 찾는 걸 포기하길 잘했다. 고마운 줄 모르고 자칫 거미 한 마리 황천길 보낼 뻔했다.
어릴 적 시골집은 오래된 한옥이었다. 개미, 거미, 벌, 제비, 강아지, 지렁이, 쥐, 닭 그리고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그중 사람의 손길이 잠시 떠나면 어김없이 덫을 놓고 낚시하는 녀석이 거미였다. 발견하는 거미줄 세 중 두 곳은 삼시 세끼도 부족해 간식으로 먹기도 넘치는 곤충들이 거미줄에 걸려 숙성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눅눅하고 퀴퀴한 냄새를 풍겨 발견할 때마다 치우는 게 소일거리였다.
어쩌면 손길이 닿지 않는 작은 영역을 사람을 대신해 지키는 지킴이였을지도 모른다. 치우면 당분간이라도 그곳은 깨끗해졌으니까 말이다.
거미는 사람이 관심을 가져달라는 곳을 안내해 주는 가이드가 아니었을까? 비단 거미뿐만 아니라 사람이 꺼리는 곤충 중 파리도 마찬가지다. 음식물이 방치되어 있거나, 썩어갈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녀석이다. 파리도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필요악은 아닐는지. 눈 앞에서 윙윙거려 시선을 방해하고 음식에 달라붙어 입맛을 뺏어가 언제나 죽일놈이다. 눈 앞에서 종횡무진 날아다니는 것은 놓친 어딘가를 보라는 신호는 아닐까? 음식에 달라붙는 이유는 식중독을 조심하라는 신호는 아닐까?
돌아보면 세상에 쓸모없는 무언가는 없는 듯하다. 곰팡이가 펴서 지저분한 게 아니라 지저분하니 생긴다. 무엇이든 그 쓸모와 의미를 찾지못했을 뿐이다. 한 가닥의 거미줄이 짧지만, 잠깐의 멈춤과 생각이란 먹이를 나에게 던져준 것 같다. 녀석 진작 말을 하지. 내가 자리를 떠나면 다른 사람에게도 먹이를 줘서 이곳을 깨끗하게 만들어 주기를. 그리고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또 다른 곳으로도 안내해 주기를.
땡큐 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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