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들고 앞을 보면 늘 앞서가고 있는 녀석은 후회라는 놈이다. 온갖 유혹에 이끌려 멈추고, 샛길로 들어서고, 타협을 하는 사이 보란 듯 앞서서 나를 뒤돌아본다. 두려움에 창백한 모습의 아내를 수술실로 들여보내는 짧은 순간에도 비웃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술 대기실 모니터에서 아내의 이름이 지나갈 때마다 후회는 불쑥 나타나 흥! 쳇! 하며 비웃으며 지나간다.
녀석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앞이 아니라 뒤에서 헐레벌떡 쫓아 올 방법이다. 수술이 끝나고 나오면 따뜻하게 안아 줄 것이다. 그리고 "무서웠지? 잘 견뎠어. 이제 옆에 내가 있으니까 걱정 마"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한 온도의 말을 전할 것이다. 그리고 후회란 녀석이 추월하는 데 최대한 오랜 시간이 걸리도록 병간호를 할 것이다.
나이만큼 눈과 귀와 마음의 문이 닫혀 후회란 놈이 앞서가는 걸 당연시하며 지냈다. 핑계를 외부로 돌릴수록 속 좁은 사람으로 변해가는 줄 모르고 확신만 더해졌다. 주변 사람을 의식하느라 나와 가족을 내몰았다. 이건 아니란 생각이 없진 않았지만, 맥없이 혼잣말로 끝나기 일쑤였다. 그게 편했기에 후회에게 선두자리를 내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