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맞아 많은 부모들이 분주했으리라. 우리 집도 올해는 어떤 이벤트를 준비해야 하나? 어디로 나들이를 가야 하나? 4월부터 마음 한편이 점점 무거워졌다. 놀이동산에 가자는 아이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도로에 허비해야 할지 알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인파 속에서 허우적댈지 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연휴에 어버이날까지 연속이라 날이 다가올수록 부담이었다. 금요일 지방 출장을 다녀오는 내내 비가 전국적으로 쏟아졌다. 쾌재까지는 아니지만 아이 앞에서 내색은 금물이었다. 우천 관계로 어린이날 이벤트에 비상이 걸린 소식이 뉴스를 타는 걸 보니 우리 집만 그런 게 아니었나 보다.
결국 보드게임과 영화 그리고 먹거리로 어린이날을 온종일 집에서 보냈다. 출장으로 쌓인 피곤은 틈만 나면 누울 자리를 찾았다. 다행스럽게도 늦은 오후가 되니 아이는 스마트기기를 들고 방에서 자유의 날을 만끽했다. 밤이 되어도 지칠 줄 모르고 집중했다. 여유도 잠시. 다가올 어버이날에 대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어버이날 이후에 또다시 지방 출장이라 어른들을 대면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양가에 어른은 장모님 한 분이라 마음이 더 쓰였다. 망설임 앞에 섰을 때 선택의 기준은 늘 같다.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인다.' 결국 다음날 짐을 꾸려 장거리 길을 나섰다. 역시나 마음은 현장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꼈다.
따뜻하게 반겨주시는 미소와 떠나올 때까지 머물던 환한 얼굴이 5월의 표정이리라. 어릴 적 어느 어린이날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지폐를 쥐여주시며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내던 아버지가 생각난다. 성스러운 보물을 받쳐 들듯 해서는 입안을 푸짐하게 만들어 줄 가게로 달려갔었다. 수줍음을 참아가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카네이션을 달아주었던 어느 어버이날도 생각난다. 꽃이 시들해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종일 훈장처럼 꽂고 다니셨다. 다음 날 아침엔 어디엔가 거꾸로 매달려 자연건조를 시키곤 하셨다. 보잘것없는 꽃 한 송이를 소중히 다루는 모습에서 은은하게 사랑이 가슴에 뱄다. 그때나 지금이나 5월의 표정은 밝고, 아름답다.
각박한 세상에 때론 동조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5월은 밝고 아름답다. 그리고 밝고 아름다울 것이다.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인다면 말이다. 5월이 잔인한 이유는 마음을 거스르기 때문은 아닐는지. 아무런 마음을 먹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마음을 먹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