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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차이

보옴농장(자녀)

by 마음농부 2023. 6. 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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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에 했던 별보고 등하교를 아들이 물려받았다.  밤 10시면 귀가가 이르다 여길만큼 공부거리가 산적한가보다. 피곤에 절어있는 아들이 못내 안쓰럽다. 조금이라도 피곤을 덜어주는 게 아빠의 역할이다. 짬이나면 어김없이 조석으로 픽업을 해준다. 손주 세대엔 이 지긋한 입시 지옥이 사라지길 바라며 말이다.

오늘 아침도 등교길에 함께 하며 이야기를 건네본다. 옆으로 뻗뻗하게 쓸어 수수하게 보이는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퍼머를 할 시기가 다가왔지만 머리결이 푸석해 그냥 직모로 길러볼 요량이었다. "아들, 직모를 가진 사람이 20~30%밖에 안된대. 돈 들어, 머리결 상해. 이건 돈주고 머리결 망치는 것 같아 직모로 다녀야겠어"하며 운을 띄웠다.

아들은 망설임 없이 말한다. "아빠, 제발 머리 좀 길러. 아빤 생각보다 대두야. 지금 아빠 머리보면 영구같애. 머리를 좀 길러." 당황한 나는 "아빠가 대두라고?" 부인할줄 알았건만 아들은 "아빤 모르겠지만 얼굴이 작은게 아냐." 머리를 기르라며 계속 훈계질이다. 늘 아빠편인 아들의 맹폭에 살짝 놀랬다. 이윽고 아들은 확인 사살을 시도했다. "아빠, 사람은 가끔은 팩트를 날려줘야 돼." 어지럽다. 소심하게 한마디 날려준다. "아~ 그래서 엄마가 매일 숙제니 공부니 잔소리를 하는구나." 아들은 말문이 막힌다. "아~, 어~, 음~."

내려주고 돌아오면서 대화를 되뇌이니 헛웃음이 나온다. 아들이 학교에서 애들하고 잘 지내고 있을지 심히 걱정이다. 사회성이 제로일것 같은 이 불안감은 뭔지.
직모도 잘 어울리다는 소리를 들을 심산이었던 대화가 불안으로 종결됐다.

철이 없으니 아이인가보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 것이 어른이라면 내가 놓친 것은 무엇일까? 몰래 용돈을 건네며 밥은 꼭 챙겨먹으란 한마디였을까?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란 말이었을까? 화이팅! 한마디였을까?

아들이 아빠를 이해 못하듯 나 역시 아들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공감의 차이를 극복하는 건 살아가며 풀어야할 평생 숙제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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