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리학자 Arther Aron의 친밀감에 대한 실험에서 활용된 36개의 질문 중 첫 번째 질문은 ‘이 세상 누구와도 저녁을 함께 먹을 수 있다면, 누구를 택할 생각인가요?’이다. 질문을 접한 순간 떠오르는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금방 과부하를 경험할 수 있다. 볼 수 있는 사람, 볼 수 없는 사람, 보고 싶은 사람, 필요한 사람 등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중요도를 매겨본다. 저마다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기에 최종 선택된 사람을 통해 그 사람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론 돌아가신 아버지를 1순위로 꼽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입문했을 때 돌아가셨기에 아쉬움이 크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곱씹어 보면 살아생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핑계로 목소리조차 자주 전하지 못했다. ‘바쁘다’는 말은 곧 ‘열심’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언제나 핑계 삼기에 그럴싸했다. 가끔 통화를 하면 마지막으로 전해오는 아버지의 말씀은 “열심히 해라”였다. 미안함에 대한 핑계를 훤히 꿰뚫고 계셨다는 것을 이제야 눈치챘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미 과거가 되었다.
우리는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고 있다. 그런데도 미래를 위함이란 핑계로 바쁜 일상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후에 생각해보면 핑계를 댈 것이 아닌 아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것임에도 말이다. 그래서 후에 생각해보면 깨닫는 것을 ‘후회’라고 한다. 사람의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기에 잠깐의 쉼을 필요로 한다. 그 짧은 쉼 속에서도 핑계로 넘어갈 수 있는 일들을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감사, 사과, 사랑, 안부의 마음을 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몸에 난 상처는 약으로 치유가 되지만 마음과 기억에 남아있는 상처는 시간이 약이라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치료가 아니라 자연적으로 고사를 기대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 소비되는 시간이 오히려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 문득 새까맣게 잊고 지내던 아린 기억들이 아른거릴 때를 떠올려보면 알 수 있다. 더욱이 사람과 연관된 상처라면 사람과의 관계라는 2차 상처로 번지기에 십상이다. 그 사람 주변인까지도 껄끄러워지고 피하기 마련이니까. 핑계로 포장할 대신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누군가가 이 세상 누구와도 저녁을 함께 먹을 수 있다면, 누구를 택할지 물어온다면 후회의 대상을 소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재를 현재답게 충실히 살아갈 때 미래도 미래답게 당당히 맞을 수 있다. 현재 감사, 사과, 안부, 사랑을 전할 누군가가 있으면 당당하게 전할 수 있는 용기를 내본다면 오늘 저녁 식사에 의미를 더해줄 누군가가 함께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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